공항에서 재류카드를 받고 나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신기해서 계속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보고 있었는데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신청서에 분명히 주소를 적었던 것 같은데
재류카드의 주소란이 ‘未定 (미정)으로 찍혀 있더라고.
나중에 물어보니
구청 (구약소; 区役所; くやくしょ)에 가서
주소 등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절차를 밟아보니 한국의 전입신고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구청은 이미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비자 신청을 위한 서류 중에
배우자의 주민표를 받기 위해 아내와 함께 갔었다.
일본의 구청의 모습은 한국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한글을 한자로 바꾼 것을 제외하면
내부 안내판까지 거의 똑같을 정도.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외국인 응대가 가능하다는 점 정도가 있겠다.
아내는 일본어를 능숙하게 잘했기 때문에
함께 갔을 때에는 외국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나 혼자 오게 되면
외국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리고 고작 주민표 하나 뽑는데
1시간 넘게 걸린 것도 굳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겠다.
게다가 발급 수수료는 카드 결제가 안 되어서 현금을 냈던 것 같다.
일 처리가 다소 느리다는 것을
미리 체험했기에 조금 일찍 구청을 방문했다.
혼자 갔기 때문에 영어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침 구청에 가니 큰 키의 청년이 응대하고 있었고,
바로 그에게 가서 주소 등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유럽계로 보이는 그는 대단히 친절했다.
서류를 내게 가져와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아는 대로 설명을 해주었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다소 특이한 경우였기 때문에
그 혼자서 해결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이미 아내가 이 주소의 세대주로 등록이 되어 있고,
나는 세대원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러자면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구.
이미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를
다른 절차를 밟으며 전부 사용했던 터라 남은 것이 없었다.
거기서도 서류가 없으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길래
처음에는 소득 없이 그냥 돌아와야 했다.
적어도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 생각했다.
일본에서도 한국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친구를 통해 알아냈다.
도쿄에서는 한국대사관 영사과에서
간단한 민원서류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다음 날 그곳으로 가서
가족 관계 증명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았다.
이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자세하게 하겠다.
서류를 발급받고 늦게 구청으로 갔다.
시간이 조금 늦긴 했지만
필요한 서류는 모두 갖추고 있었기에
주소 등록은 그날 무사히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날은 영어로 응대가 가능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부족한 일본어를 써가며 겨우 등록했다.
특별히 한국 서류를 공증까지 해 갈 필요는 없었다.
그 자리에서 행정원이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했는데
예전에 이런 서류를 번역했던 경험이 없었던 모양인지
사실상 내가 다 적어줬다.
(원래 이런 건 아쉬운 사람이 하는 법이다.)
그렇게 주소 등록을 마치고
주민표까지 몇 부 더 받은 후에 돌아왔다.
원래라면 구청에서 주소 등록을 마치고
건강보험 등록까지 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내가 너무 늦게 가서
주소 등록하는 데에만 모든 시간을 다 썼기 때문에
보험 가입까지 할 시간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건강보험을 들지 않았다.
미국에 있을 때에도 큰돈 들여
건강보험에 가입했는데 한 번도 쓴 일이 없었고,
여기는 일본이라 혹시라도 아프면
바로 한국에 돌아가서 치료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제공하는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구청에서 건강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로 왔다면
웬만하면 건강보험은 가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한국에 가는 것이
마음만큼 쉽지 않을뿐더러
결국 일본에서 치료받는 것이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니까.
마무리
다들 주소 등록은 무사히 했었나요?
주소 등록과 보험 가입과 관련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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